아들과 함께하는 아덴월드
작성자
GM노딤
작성일
2002-05-24 14:51
조회
29
어느날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는데 아들놈이 인사도 없이 컴퓨터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.
아들놈이 들여다 보고 있는 모니터에서는 초록색의 불꽃이 터지더니 곧이어 붉은색의 폭죽이 터졌다. 그리고는 곧 아들놈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혀 있는 게 아닌가? 왜 그러냐고 물어 보았다. 카오에게 뒤치기를 당해서 캐릭터가 누웠고 뼈갑옷을 잃어버렸다고 한다. 나는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. 거무죽죽한 화면에 오른쪽에는 리스타트 창이 떠있고, 바닥에는 아들놈의 법사가(나중에서야 법사인 줄 알게 됨) 피를 흘리면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. 그리고 거기에는 붉은색의 캐릭터 이름을 가진 기사가 "ㅋㅋㅋ" 하고 웃고 있었다.
난 당시에 카오가 뭔지 캐릭터가 죽는 것이 뭔지 알지 못했다. 다만 게임속에서 누워 있는 아들의 캐릭터가 눈에 거슬렸고, 아이템을 잃어버리고 울먹이는 아들놈이 애처로웠을 뿐이다. 그리고 아들놈의 법사를 죽인 그 기사가 밉살스러울 뿐이었다. 하지만 뼈갑옷이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울먹이는 아들놈만 혼내주고 말았다.
이것이 내가 처음 접한 리니지였다.
그때까지 아들놈은 제 엄마를 졸라서 타임쿠폰을 사서 게임을 해 왔던 모양이다. 그런데 그날이 타임쿠폰이 끝나는 날이었던 모양이다. 아들놈은 속이 상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. 상심이 컸던지 놈은 그날 이후로 리니지를 하지 않았다. 난 그날 모두를 이해 하지 못했다. 아들놈도 그 카오기사도 모두다... 그렇게 처음 접한 리니지는 곧 잊혀지고 말았다.
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어느날 퇴근을 했을 때 아들놈은 다시 리니지를 하고 있었다. 나 역시 그날 일이 기억 나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.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아들놈의 캐릭터 이름이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다. 가만히 보니까 아들놈은 수시로 다른 캐릭터를 공격하다가는 달아나곤 하는 것이 아닌가?? 난 놀란가슴에 아들에게 이유를 물어 보았다. 아들놈 대답이 그때 잃어버린 아이템을 아직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만한 캐릭터를 죽여서 떨어진 아이템을 먹겠다는 것이다. 다른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면서... 아!!!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...난 너무도 놀라서 아들놈에게 한가지 제의를 했다. 그렇게 아이템 복구 하기가 어려우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! 아덴을 모아서 구입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자고... 그 대신에 내가 정액제로 해 주겠다면서... 그렇게 하겠다는 아들놈의 약속과 함께 4월경에 3개월 정액을 신청했다.
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아들놈이 게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. 아들놈은 나와의 약속대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규칙을 지키면서 부지런히 사냥을 하고 있었다. 그런데 그날 또 아들의 법사는 하늘을 보고 말았다.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. 왜 다른 캐릭터를 공격하는지... 난 그날 아들놈보다 더 흥분하고 말았다. 밉살스럽게 웃으면서 사라지는 카오기사를 모니터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. 난 몹시 흥분하여 꼭 그 기사를 혼내 주고 싶었다. 아들놈에게 나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.
그렇게 한심하고 부끄러운 이유로 불혹의 나이에 아덴월드에 발을 들여 놓았다.
그렇게 리니지를 시작한지 어느 듯 1개월을 조금 넘긴 내 사랑스런 분신은 레벨이 32가 되었다. 이제는 열심히 법사를 키운 아들놈 덕분에 제법 아이템도 갖추고 방어구도 단단해져서 그렇게 쉽게 눕지는 않는다. 그동안 참 많이 누웠다. 지금도 아들놈이 옆에 없으면 다른 사냥터로 옮겨 가지도 못하고, 늘 그자리에서만 맴돌고, 던전 지하에서도 늘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, 이제는 그렇게 어렵고 헷갈리기만 하던 몬스터들의 이름과 생김새도 조금은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.
생각해 보면 리니지는 축소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.
눕지 않으려고 빨갱이를 손가락이 아프도록 먹었지만 결국은 꼼짝없이 누워버린 캐릭터를 보면서 리니지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. 그래도 그토록 상한 마음을 위로 받으며 아덴월드의 가족으로 버틸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.
아들놈이 들여다 보고 있는 모니터에서는 초록색의 불꽃이 터지더니 곧이어 붉은색의 폭죽이 터졌다. 그리고는 곧 아들놈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혀 있는 게 아닌가? 왜 그러냐고 물어 보았다. 카오에게 뒤치기를 당해서 캐릭터가 누웠고 뼈갑옷을 잃어버렸다고 한다. 나는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. 거무죽죽한 화면에 오른쪽에는 리스타트 창이 떠있고, 바닥에는 아들놈의 법사가(나중에서야 법사인 줄 알게 됨) 피를 흘리면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. 그리고 거기에는 붉은색의 캐릭터 이름을 가진 기사가 "ㅋㅋㅋ" 하고 웃고 있었다.
난 당시에 카오가 뭔지 캐릭터가 죽는 것이 뭔지 알지 못했다. 다만 게임속에서 누워 있는 아들의 캐릭터가 눈에 거슬렸고, 아이템을 잃어버리고 울먹이는 아들놈이 애처로웠을 뿐이다. 그리고 아들놈의 법사를 죽인 그 기사가 밉살스러울 뿐이었다. 하지만 뼈갑옷이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울먹이는 아들놈만 혼내주고 말았다.
이것이 내가 처음 접한 리니지였다.
그때까지 아들놈은 제 엄마를 졸라서 타임쿠폰을 사서 게임을 해 왔던 모양이다. 그런데 그날이 타임쿠폰이 끝나는 날이었던 모양이다. 아들놈은 속이 상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. 상심이 컸던지 놈은 그날 이후로 리니지를 하지 않았다. 난 그날 모두를 이해 하지 못했다. 아들놈도 그 카오기사도 모두다... 그렇게 처음 접한 리니지는 곧 잊혀지고 말았다.
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어느날 퇴근을 했을 때 아들놈은 다시 리니지를 하고 있었다. 나 역시 그날 일이 기억 나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.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아들놈의 캐릭터 이름이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다. 가만히 보니까 아들놈은 수시로 다른 캐릭터를 공격하다가는 달아나곤 하는 것이 아닌가?? 난 놀란가슴에 아들에게 이유를 물어 보았다. 아들놈 대답이 그때 잃어버린 아이템을 아직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만한 캐릭터를 죽여서 떨어진 아이템을 먹겠다는 것이다. 다른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면서... 아!!!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...난 너무도 놀라서 아들놈에게 한가지 제의를 했다. 그렇게 아이템 복구 하기가 어려우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! 아덴을 모아서 구입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자고... 그 대신에 내가 정액제로 해 주겠다면서... 그렇게 하겠다는 아들놈의 약속과 함께 4월경에 3개월 정액을 신청했다.
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아들놈이 게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. 아들놈은 나와의 약속대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규칙을 지키면서 부지런히 사냥을 하고 있었다. 그런데 그날 또 아들의 법사는 하늘을 보고 말았다.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. 왜 다른 캐릭터를 공격하는지... 난 그날 아들놈보다 더 흥분하고 말았다. 밉살스럽게 웃으면서 사라지는 카오기사를 모니터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. 난 몹시 흥분하여 꼭 그 기사를 혼내 주고 싶었다. 아들놈에게 나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.
그렇게 한심하고 부끄러운 이유로 불혹의 나이에 아덴월드에 발을 들여 놓았다.
그렇게 리니지를 시작한지 어느 듯 1개월을 조금 넘긴 내 사랑스런 분신은 레벨이 32가 되었다. 이제는 열심히 법사를 키운 아들놈 덕분에 제법 아이템도 갖추고 방어구도 단단해져서 그렇게 쉽게 눕지는 않는다. 그동안 참 많이 누웠다. 지금도 아들놈이 옆에 없으면 다른 사냥터로 옮겨 가지도 못하고, 늘 그자리에서만 맴돌고, 던전 지하에서도 늘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, 이제는 그렇게 어렵고 헷갈리기만 하던 몬스터들의 이름과 생김새도 조금은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.
생각해 보면 리니지는 축소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.
눕지 않으려고 빨갱이를 손가락이 아프도록 먹었지만 결국은 꼼짝없이 누워버린 캐릭터를 보면서 리니지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. 그래도 그토록 상한 마음을 위로 받으며 아덴월드의 가족으로 버틸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.